본문 바로가기

국악(Korean Music)/국악갈래 길라잡이

[ 판소리 꿰뚫어보기 ] 3. 판소리의 제(制)

☞ 관련글 - "[판소리 꿰뚫어보기] 1. 판소리의 역사"

☞ 관련글 - "[판소리 꿰뚫어보기] 2. 판소리의 짜임"



구전심수(口傳心受)’, 즉 ‘입으로 전하고 마음으로 받는’, 체득의 방법을 사용해온 판소리는 ‘악보’라는 틀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이는 그 속에 생동감 있고 변화성을 내재한 음악을 담을 수 없다는 한계 탓인데, 그로 인해 예로부터 판소리는 스승의 소리를 제자가 귀로 들어 기억하고 습득하는 교육방식을 사용해왔죠. 따라서 어떤 소리꾼에게 소리를 전수받느냐 하는 것은 소리를 받는 제자 자신에게 매우 중요한 것이며, 교육자인 스승의 음악적 모양새, 시김새, 발림, 아니리 등이 피교육자인 제자에게 그대로 전달되어 하나의 음악적 줄기가 형성되는 것입니다. ‘~제’ 혹은 ‘~바디’, ‘~더늠’이란 이를 가리키는 음악적 용어이고요.


다시 말해 흔히 ‘동편 송흥록의 춘향가’ 혹은 ‘서편 박유전의 춘향가’라는 식으로 각각의 판소리를 구분하고, 곧 이는 동편제의 음악특징을 지닌 송흥록의 춘향가와 서편제의 음악특징을 지닌 박유전의 것이 이야기 줄거리 면에서는 똑같을지라도 전혀 다른 판소리라는 것이죠. 또한 그 하위개념으로 ‘~ 바디 춘향가’니 ‘~ 더늠의 사랑가 대목’이니 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한편 이와 같은 음악 구성적 용어가 아닌 감상에 관련된 용어로서 <눈대목>이라는 것도 있는데, 이는 청중들이 즐겨들을만한 대목을 따로 떼어 부름을 일컫습니다. 예컨대 <춘향가> 중 ‘적성가’나 ‘사랑가’, ‘쑥대머리’ 등의 눈대목은 너무나도 잘 알려진 것들이죠. 특히 ‘쑥대머리’의 경우 근세기 최고의 명창으로 지목받는 임방울 명창이 음반으로 취입하여 백만장 이상이나 팔렸을 정도로 대중적인 인기를 누렸었답니다. <춘향가>는 남원 퇴기 월매의 딸인 성춘향이 남원 부사의 아들인 이몽룡과 백년 가약을 맺었으나 이별한 뒤 신임 사또의 수청을 거절하여 옥에 갇히자, 암행어사가 된 이몽룡이 구해 준다는 내용의 이야기가 짜임새있게 전개되어, 문학성으로나 음악성으로나, 또 연극적인 짜임새로나 지금까지 전해지는 판소리 다섯 마당 가운데서 가장 예술성이 높은 마당으로 꼽히며 창극으로도 매우 귀에 익은 판소리입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오늘날 전해지고 있는 판소리는 <춘향가>, <심청가>, <흥보가>, <수궁가>, <적벽가> 5마당이죠. 그러나 소리꾼 저마다의 서로 다른 음악적 면모를 기반으로 제각기 불려지는 판소리의 속내를 이해한다면, 오늘날 연행되고 있는 판소리가 얼마나 많은지 헤아릴 수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자면, 같은 <춘향가>라 하더라도 동편제와 서편제, 중고제가 다르며, 같은 동편제 <춘향가>라 하더라도 송만갑 명창의 <춘향가>와 유성준 명창의 <춘향가>가 다르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판소리를 감상할 경우에는 ~ 제 판소리인지, ~ 명창의 판소리인지를 주목하여 음악적 특징이나 노랫말, 즉 사설의 내용전개 등을 비교해본다면 그 재미가 배가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