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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Korean Music)/민요로 밟는 온누리

가거도, 맨 끝 땅의 노래



 

가거도! 우리 나라 둘레를 서남쪽으로 지키고 있는 맨 끝 땅.

이 곳 사는 이들은 '동떨어짐'에 회한을 많이 안고 산다.

고기를 잡아도 뭍에서 너무 멀어 팔 수 없고,

배우고 싶어도 뭍에서 너무 멀어 배울 수도 없고...


그나마 짙푸른 바다 속에 수많은 보물들을 안고 사는 탓에 위안을 삼고,

그들의 입에선 그 보물들 중 멸치를 잡으며 부르는 '노래'가 있어 맘이 풍요롭다.


    올라가자 올라가자 (어기야디여 아하--- 어기야)

    안맨으로 올라가자 (어기야디여 아하--- 어기야)

    만경창파 노는 멜치 (어기야디여 아하--- 어기야)

    우리 배로 찾아보세 (어기야디여 아하--- 어기야)

    어떤 사람 팔자 좋아 (어기야디여 아하--- 어기야)

    고대광실 높은 집에 (어기야디여 아하--- 어기야)

    부귀영화 누리건만 (어기야디여 아하--- 어기야)

    이 놈 팔자 무슨 팔자 (어기야디여 아하--- 어기야)

    초근목피 왠 말인가 (어기야디여 아하--- 어기야)    



전라남도 신안군 흑산면에 속해 있는 가거도는

우리에겐 '소흑산도'란 지명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지만, 일제에 의해 지어진 지명이어서

'사람이 가히 살만한 섬'이란 뜻의 '가거도'란 이름으로 불리우길 원한다.

시속 70km로 뱃길을 헤쳐가는 쾌속정으로도

목포에서 4시간 30분, 진도에서 3시간 여의 거리에 있는 곳.

그래서 맘먹고 한번 가기도 여간 힘들지 않은 이 곳에 사는 이들은

그렇게 많지도 않은 양의 초등학교 음악(즐거운생활)교과서의 국악제재곡으로 실린 노래가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다.


여느 곳의 노래와는 달리 설소리(선소리), 뒷소리 외에 샛소리(사이소리)가 있어,

화려함으로 다가오는 멸치잡이소리는

일노래가 지닐 수 있는 역동적인 힘과 예술성을 유감없이 드러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