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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금과 소금의 남다름


겉모양새로 대금과 소금은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물론 이 둘을 짝지어 얘기하기에는 그리 적당치 않지만 단지 이해의 편이를 위해 묶어서 간단히 살펴보죠.





‘대금, 피리, 소금, 단소’ 이 네 가지 대표적인 관악기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우선 관악기라고 했으니, ‘입김을 불어 넣어 소리내는 악기’라는 것이고, 다음으로는 ‘대나무로 만든 악기’라는 것을 들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중 후자인 대나무로 만들었다는 사실에 있어 대금과 소금은, 피리나 단소와 달리 쌍골죽양쪽 줄기에 홈이 깊이 패인 병든 대나무으로 만든다는 차이점을 지니고 있죠. 또한 악기의 구조에 있어 대금은 피리나 소금, 단소에 없는 ‘청공淸孔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 이들과 다릅니다.


대금은 네 가지의 구멍을 지니고 있는데, 대금을 한 일자 모양으로 가로 뉘어 놓고 보았을 때 맨 왼쪽부터 입김을 부는 구멍인 ‘취구吹口’, 청을 붙이는 ‘청공’, 손가락으로 막았다 떼어 소리의 높낮이를 조절하게 하는 ‘지공指孔’, 마지막으로 대금을 만들 때 음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는 ‘칠성공七星孔’이 그것입니다. 특히 청공은 대금을 여느 관악기와 다르게 하는 점이기도 하거니와 대금을 ‘대금답게(?)’하는 아주 중요한 구멍이죠. 이 청공이라는 구멍에는 갈대의 속껍질로 만든 ‘청’을 붙여 어느 악기도 흉내낼 수 없는 대금만의 독특한 울림을 만들어냅니다.


한편 청공이 없고, 대금에 비해 관대의 길이가 짧은 소금은, 대금이 그윽하고 묵직한 울림을 빚어내는 것에 반해 청아한 음빛깔과 높은 음높이를 표현해내는 관악기이죠. 또한 대금이 독주악기로서 소리를 뽐내는 것과 달리, 소금은 여러 악기들과 한데 어울려 내는 소리 가운데서 제 소리를 뽐낸답니다.



대금에 얽힌 옛 이야기


하나. 설화說話

신라 31대 신문왕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신문왕이 아버지인 문무왕을 위해 동해변에 감은사라는 절을 지었는데, 하루는 신문왕이 감은사 앞 바다의 한 섬에 낮이면 갈라져 둘이 되고 밤이 되면 하나로 합쳐지는 기이한 대나무가 자란다는 보고를 받고 이를 확인하기 위해 직접 가 보았답니다. 왕이 그 대나무 앞에 이르자 용이 나타나기에, 왕이 대나무의 기이함에 대해 묻자 용이 답하기를, 

“한 손으로는 어느 소리를 낼 수도 없지만 두 손이 마주치면 능히 소리가 나는 것처럼, 이 대나무도 합치면 소리를 낼 것입니다. 왕께서는...” 

이를 들은 왕은 그 나무를 베어 악기를 만들게 했고, 이 악기를 연주하니 나라의 모든 근심이 사라지고 재앙이 해결되어 이를 ‘만파식적萬波息笛’이라 이름하였다는 것이고, 이 만파식적이 오늘의 대금의 기원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둘. 일화逸話

대금과 관련해 빈번하게 얘기되어 가장 잘 알려진 일화를 들자면 조선 후기의 명인 정약대鄭若大, ? ~ ?의 열공‘득공에 열중함’을 줄임말에 관한 것입니다. 이야기인즉슨 정약대가 인왕산에 올라 대금 연습하기를 하루도 거르지 않았고, 연습을 했다하면 그 열공의 정도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는 것이죠. 

즉 밑도드리정악연주곡 이름 한 바탕을 불 때마다 신고 간 나막신을 벗어 그 안에 모래알 한 알을 집어 넣어, 나막신이 모래알로 가득차야 산을 내려왔다고 합니다. 이토록 어림짐작도 힘든 이야기는 대금이라는 악기로 명인의 경지에 오른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또 어떤 자세로 수련에 임해야하는지를 유감없이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일화를 지니고 있는 대금의 명인名人 정약대의 존재는 대금으로 한 시대를 풍미하였던 김계선金桂善, 1891 ~ 1943(?)을 거쳐, 김계선을 사사승으로 삼고 가르침을 받음한 녹성 김성진金星桭, 1916 ~ 1996과 같은 명인이 우리 곁에 있게 하였죠. 또한 청성곡을 필두로 하는 그의 그윽한 청의 울림이 도드라지는 연주들은 대금이라는 악기의 진가를 거듭거듭 깨닫게 하고 있습니다.



명곡으로 느끼는 대금과 소금


대금과 소금의 진가를 한꺼번에 확인할 수 있는 곡으로서 으뜸은 수제천이죠. 

1970년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제1회 유네스코 아시아 음악제 전통음악 분야에서 최우수악곡으로 선정될 정도로 널리 알려져 있는 수제천의 우수함은 우리로 하여금 대금과 소금에 대해 ‘거부할 수 없이 매료됨’을 확인하게 할 것입니다. 



또 하나를 들자면, 영산회상 중 대나무로 만든 악기로만 연주한다고 해서 ‘대풍류[竹風流]’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는 관악영산회상이 있죠. 

수제천에 버금가는 웅장함과 위엄을 지니고 있는 관악영산회상을 통해 우리 음악이 지니고 있는 멋스러움과 대금과 소금의 진가를 한꺼번에 느껴보는 것은 숨가쁜 일상에 넉넉한 호흡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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